초보 러너의 '10KM 마라톤' 입문기 | 여명808 국제마라톤 참여 후기

쉬는 동안,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해보자! 마라톤!?

 사실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이게 뭐든 흥미가 생기려면 긍정 경험이 있어야되는데, 운동에 대해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긍정 경험이 없었다. 흔히 말하는 체육 시간에 구석에, 혹은 구령대 근처에 앉아서 이야기만 하다가 나오는 아이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잘맞는 운동이 있었으니 바로 '오래 달리기'였다. 사실 이것도 대단히 잘맞는다는 건 아니었고, 다만 체력장 같은 걸로 뛰게 되면 평소에는 중간도 못가는 내가 중간 이상은 갈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꽤나 고무적인 결과였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오래 달리기' 만큼은 그래도 괜찮게 하지 않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 컸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하진 않았다. 대학생이 되면서 헬스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에도 유산소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냥 벤치 중량을 올리는 것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전혀 잘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오래 달리기'를 잊고 살던 중, 다시 '오래 달리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때가 오는데 바로 군대 훈련소에서 였다. 훈련소 마지막 주에 체력장 비슷하게 무슨 경진 대회 같은걸 했고 그 종목 중 '오래 달리기'가 있었던 것. 나는 막연히 그래도 내가 못하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하나라도 참여를 해야했기에 '오래 달리기'를 하기로 정하고 참여했다. 물론 당연히 뭐 연습한 것도 없었고 30명 중에서 한 7등 정도를 하고 무난한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에 젬병인 내 기준으로는 상당히 좋은 성적이었고, 같은 조원이었던 동기들도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참으로 그런 사소한 칭찬에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할까? ㅎㅎㅎ 찐따한테 뭔가 멋지다고 하면 그것에 매몰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지만... 

비슷한 친구들과 몸쓰는 무언가를 해서 상위권의 성적을 얻는 경험이란 것은 나에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짧았지만, 훈련소 내에서 '오래 달리기 잘하는 친구' 같은 이야기를 한 두번 듣고 나니 그거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 것 같았다. 실제로 그게 언급된 것은 지나가면서 한 두번으로 아무도 듣지 못하고 나만 들은 이야기 같은 것이지만 뇌리에 각인 되었다. 그렇다. 나는 '오래 달리기'를 잘한다! 고 믿게 된 것이다.


 마라톤 도전을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신청, 그리고 준비

 사실 무언가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마라톤 도전을 언제든 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같은 팀에 있었던 찬혁님이 경험이 있다고 해서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었고, 나는 마이너한 장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참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찬혁님이 금방 마감되어서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를 다니면서 우연히 어떤 대회를 듣게 되면 신청해보려고 기웃거렸는데 그렇게 내가 알 정도로 이미 알려진 대회 같은 경우는 금방 마감이 되어서 신청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처음 들어보는 대회를 막 신청하기에는 뭔가 주저함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헬스장에 가게 되면, 러닝머신을 타면서 나의 달리기 실력을 상상하곤 했다. 처음에는 러닝머신 속도 9km/h로 20분을 내내 뛰는 것에 만족하면서 시작됐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길게 달릴 수 있는 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달리게 되었다고 할까? 그 뒤로는 뭔가 기록 갱신을 해 나가는 느낌으로 러닝 머신을 뛰었던 것 같다. 소소한 변화에 재미를 갖게 된다고 할까나?

 9km/h 속도로 20분을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은 지금 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그 뒤로도 헬스장에서 조금씩 기록 갱신을 하며 즐거워했지만, 그렇다고 마라톤을 뛰진 않았다. 회사 생활이 바쁘기도 했고... 그러다가 갑작스레 회사가 폐업이 되면서 백수가 되었는데, 백수가 되고 나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생각을 하고 나서 바로 마라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다. 마라톤이 아니라 우선 운동을 하자는 생각에 헬스를 하게 되었고, 헬스를 하다보니 역시 러닝 머신을 타면서 또 다시 나의 기록 갱신을 자체적으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라톤이 떠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는데, 인간이란 나약한 법. 뭔가 쉽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것은 항상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가짐만 있지 실제로 그걸 신청하고 하는 건 또 무섭거든... 그렇게 신청을 못하고 있다가 나에게 열정을 부어주는 사건이 있었으니 기안 84의 풀 코스 마라톤 완주이다. 처음에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봤는데, 마라톤 완주라길래 길어봐야 하프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풀 코스를 완주했다는 것이다. 아니 달리는 걸 좋아해도 풀코스 완주는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그걸 해낸다고? 놀라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청을 하고나서, 실제 기안84의 영상은 나중에 와이프랑 같이 보게 되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지만
기안84가 말하는,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고 하는 그 감정. 그걸 듣고 나니 도전과 성취에 대한 행복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신청은 아무거나 보이는 대회에 신청했다. 정확히는 기간이 좀 남은 대회 말고는 전부 마감이었다. 꽤나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 기안 84의 방송을 보고 마라톤이 열풍이 불었다는 기사도 꽤 많이 있더라. 나같은 사람들이 더 있었나보다. 아무튼, 신청하고 나니 약 2달 정도가 남았었는데 대단히 준비한다기보단 러닝 머신을 계속 뛰면서 기록을 갱신해 나갔다.

속도 12로 30분을 뛰게 되었다. 엄청난 성장!! 땀은 비오듯이 오지만 말이다.

 그렇게 트레드밀 위에서 기록만 측정하던 어느날 이제 대회가 2주정도 남은 상황에서 실제 땅에서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늦게 그런 생각이 든 것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 나는 땅이나 러닝머신이나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해보니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 그래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10KM 마라톤의 목표는 1시간 이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잡고 (내 러닝머신 기록으로 가능할 것 같았다) 도전해보려고 했다. 

 집 주변에 보라매공원이 있었고 거기에는 트랙이 있었기에 거기서 뛰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뛰어보게 되었다. 뛰는 목적은 10KM를 뛰어볼 것. 그리고 가급적 페이스를 유지할 것. 두 가지 도전을 달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도무지 10KM를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한바퀴가 약 620m 정도 되는 보라매공원에서는 17바퀴를 돌아야 안정적으로 10KM를 뛰었다고 할 수 있는데, 나는 10바퀴를 돌기도 전에 지쳐서 멈춰버렸다.

한 바퀴에 약 3분 정도의 페이스 유지는 성공했지만 10바퀴도 돌지 못했다. 나 10km 완주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트레드밀과 그냥 땅에서 뛰는거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힘든 가운데 찬혁님과 또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이런 저런 고충을 이야기했더니 원래 트레드밀은 상하 운동 위주로 하는거고 땅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했다. 참 당연한 것 같은데 왜 나는 그렇게 생각을 못했을까? 그 뒤로는 땅에서 뛰는 걸 위주로 연습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사고?가 발생하는데, 우리집에서 신풍역 - 보라매역 - 신대방삼거리역 - 장승배기역 - 상도역 - 숭실대입구역 을 왕복하는 코스로 9KM 정도 될 것 같아서 시도하게 되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부상?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완주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코스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고, 횡단 보도가 너무 많았기 때문.
거기에 이걸 완주하고나서 갑자기 그 뒤부터 종아리가 며칠동안 계속 땡기게 되었다.

 처음에 하루 이틀은 너무 빡세게 뛰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3일 째에도 나아짐 없이 종아리가 땡기자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마사지를 하게 되었고, 마사지 + 가벼운 러닝을 반복하면서 일주일에 걸쳐 회복하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은 진짜 조금만 힘을 주면 종아리에 쥐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기에 위기였다고 할까? 러닝 초보자 분들은 한 번에 너무 무리하면 이렇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그러고보니 대회가 다가오자 집으로 택배가 와서 번호 이름표랑 기록 체크용 테이프가 왔다. 뭔가 진짜 참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들떴던 것 같다. 이 때쯤에는 보라매공원에서도 완주는 가능했다. 중간에 걷게 되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17바퀴가 10km를 넘어서는 것인데 16바퀴에 1시간. 완주 + 1시간 내 진입은 아슬아슬한 도전이었다.


10Km 완주 + 1시간 내 들어오기 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명808 국제 마라톤 후기

 대회 당일! 사실 당일이 아니라 그 전날부터 이상하리만큼 두근거림이 있어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수능을 보는 것처럼 어떤 시험에 대한 긴장감 50% + 소풍을 앞둔 설레는 마음 50% 같은 느낌이었는데,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고 할까? 그래서 아침에 계속 눈이 떠져서 예상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왔다.  

신발에 기록 체크용 테이프를 달고나니 정말 그럴듯한 러너가 된 느낌이었다.
나의 최애 신발 <나이키 줌X 베이퍼 플라이 넥스트 2> 최근에는 베이퍼 플라이 3을 파는 것 같더라.
발이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을 줘서 호불호는 있을 듯 함

 처음 참여하는 거라 여러 고민이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뭘 타고 가느냐라는 것이다. 차를 끌고 가기엔 주차장이 협소할 것 같다는 안내 문구가 생각나 걱정이 됐고, 대중교통을 타고 가기에는 땀 범벅인 채로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오는 게 너무 민폐인 것 같았다. 나는 고민 끝에 차를 끌고 갔는데 마라톤 집결지와 가까운 주차장은 금방 풀방이었다. 나는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에도 한참이나 먼 주차장에 간신히 주차했다. 차를 끌고갈 생각이라면 반드시 아주 일찍가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돌아올 때 느낀 것인데 차를 탄 것은 결론적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비맞으면서 뛰게 되어서 도무지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몰골이 아니었기에. 

뭔가 번호를 붙이고 나니까 굉장히 선수가 된 느낌이 들어서 뭔가 뽕차는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고민이었던 두번째는 짐을 맡아주는 지를 모른다는 거였다. 나는 핸드폰을 보관하는 암밴드 같은 게 없었어서 핸드폰을 들고 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가방이나 이런건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고민이 있었다. 보니까 앞에서 물품 보관을 다 해줘서 큰 문제는 없었다. 참고하시라~ 아 나는 장비를 어떤 것들을 가져갔냐면.

 핸드폰(들고 뛰었는데 확실히 암밴드 같은게 좋긴 할듯) /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라이브~ 인생 이어폰) / 갤럭시 워치 액티브 2 (쓸모 없을 줄 알았는데, 1km 마다 구간 성적을 알려줘서 기록 맞추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음) / 헤어밴드 (사실 사놓고 연습할 때 너무 잘썼는데 당일날 까먹고 못가져감) 

 이런 것들을 가져갔으니 참고하시라~ 대단할 것은 없었음. 그렇게 준비를 다 끝내고 스타팅 포인트 앞에 서서 기다리는데 굉장히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음. 그러다가 출발 신호가 나오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뛰기 시작하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쇼츠는 아임웹 링크가 안되나? 마라톤 시작 영상 보기
영상을 잠깐 찍어봤는데, 저렇게 다같이 뛰다가 점점 속도 차이에 따라 한줄로 갈라지게 되더라. 나는 1시간 내로 들어오는 걸 목표로 했는데,
스타팅 포인트에 1시간 내에 들어올 사람들은 앞으로 가라고 해서 그게 상위권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됨.

 그렇게 달리는 동안에는 딱히 뭐 사진이나 영상을 남긴 건 없고, 완주 해보니 후기는... 같이 뛰니까 훨씬 안 힘들다. 비가 꽤 왔는데 해가 뜨는 것 보다 훨씬 잘 뛰어지더라. 평소 연습보다 너무 잘 뛰어져서 마지막 100m는 거의 전력질주처럼 달릴 정도로 체력이 남았다는 사실!!! 그리고 딱 도착하니까 바로 문자로 기록이 날아오는데 신발에 붙인 테이프가 잘 동작하는구나 하면서 안심했다고 할까~ 

완주 성공~ 1시간 컷 성공~~~ 바로 문자로 이렇게 기록증을 보내주니 행복했다.

 끝나고 간식을 준다길래 기대했는데, 바나나랑 정말 맛없는 슈크림 빵을 줬다. ㅋㅋ (어딘가에선 수육을 준다고!?) 둘다 먹고 편의점가서 바로 유부초밥 하나 먹음 ㅋㅋㅋ 그래도 끝내고 먹으니 너무 기분 좋았고, 나는 술을 안 마시지만 여명을 2개나 줬다. 와이프한테 가져다주니 이거 2개만해도 엄청 비싼거라고 잘했다고 ㅋㅋㅋㅋ

 아무튼 뭐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거지만 이렇게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성취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달리기는 앞으로 얼마나 하게될지 모르겠지만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해봐서 언젠가 풀코스를 달려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이만 마친다. 혹시나 마라톤을 해볼까? 라고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꼭 추천드리니 반드시 해보시길 바란다!! 너무 즐겁다. 

나의 첫 완주 메달~~~ 앞으로 많이 얻게 되려나~ 마라톤 고민하신다면 꼭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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