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이라도 다시 시작해볼까? 나의 소설 이야기와 또 또 도전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은 언제부터 였을까? 책에 빠지게 된 시기 돌아보기

 언제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한 달에 최소 2권 정도를 읽는 삶을 어느 시점부터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그렇게 책을 읽게 된거지? 라는 부분에 대한 뚜렷한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더듬어본다면 아마 시작은 <소년탐정 김전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소년탐정 김전일>을 초등학교때 상연이네 집에서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주인공이 나와 이름이 비슷한 점에서 끌리기도 했지만 그 만화의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소년탐정 김전일>은 지금 봐도 다소 무서운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초딩때는 얼마나 무서웠겠나 싶다. 상연이네 집이 되게 넓었는데, 상연이랑 같이 없고 상연이가 화장실만 갔다와도 그 잠깐 사이에 혼자 어떤 공간에 있다는 게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물론 무섭다는 감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거기에서 나오는 트릭이나 추리 과정 등은 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런 것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추리물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추리물에 매력을 느꼈다곤 하지만, 사실 만화책을 하나 잠깐 봤을 뿐이지 대단한 일은 없었다. 어릴 때에 아빠가 일본에서 일을 했어서 아빠 보러 일본에 간 김에 그 당시에 우연히 내가 <소년탐정 김전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 아빠가 마침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전시회 같은 것을 한다고 해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한 번 더 뭔가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나는 어디가서 <소년탐정 김전일>의 팬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그걸 좋아하는 나'에 취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그 뒤로는 중고등학교 때에는 공부하고 게임하느라 바빠서 책을 멀리했고, 대학 가서도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에 빠져서 책을 멀리했었다. 딱히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살다가 군대에 가게 되었다.

 어쩌면 군대라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시기가 아닌 가 싶다. 군대에서는 어떠한 개인적인 여가도 허락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했던 것은 독서와 음악 감상이었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앨범을 사고 가장 많은 책을 샀던 것 같다. 책을 고를 때에 딱히 어떠한 방향성이 있진 않아서 유명한 책들을 보고, 추리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 때 추리소설들을 읽게 되었는데 기억나는 작품으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일본 소설로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 <옥문도>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책을 사서 읽었을 뿐 아니라 군대에 있는 동안 군대 내에서 추천하는 추천도서도 전부 읽고 몇십권의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뭐 소설 외 장르에 크게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엄청난 명작이지만, 추리 소설 입문으로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중에 보는게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눈만 높아져...

 그렇게 제대하고 나서는 베르나르베르베르, 댄 브라운, 알랭드 보통 등 유명 작가등의 책에 빠지게 되어서 책을 계속 보게되었던 것 같다. 여전히 소설이었고 비소설은 시도할 때마다 실패했던 것 같다. 지금도 댄 브라운의 <디지털 포트리스> 같은 작품은 내 독서 인생 중 손에 꼽는 명작이다.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 역시 명작이었고 이들은 명작이기에 영화화도 되었지만 내 마음 속 1픽은 <디지털 포트리스>였다. ㅎㅎ 아무튼 뭐 그렇게 책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책을 꾸준히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 그리고 도전

 소설을 읽기만 했지, 쓸 생각을 딱히 하진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갑자기 NHN에서 게임 문학상이라는 것을 개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임과 소설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의 도전이 같이 있었다. 이 기회에 한번 써볼까? 그 당시 2010년. 성호랑 용준이랑 같이 도전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어떠한 작품을 길게 쓴다는 것. 즉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고 도전했던 것 같다. 여러번 모여서 글도 쓰고 했지만, 끝내 우리는 완성하지 못하고 작품을 출품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쉽긴 했지만 뭔가 써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고, 완성하진 못했지만 나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함을 많이 깨닫고 그 뒤에는 동작구 도서관에서 책을 꾸준히 빌려 읽으면서 조금씩 더 책과 친해지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양분을 모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때 한창 책을 많이 읽을 시절. 드디어 내 인생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마주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 소설 장르인데 무겁고 진중한 살인 만을 다루지 않고 정말 폭넓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였다. 동작 도서관에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빌려다보면서 아주 빠져있던 것 같다. 이 때부터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정리하면서 기록을 일부 남기기 시작했다. 

그 당시 HWP로 저장된 문서가 아직도 있어 캡쳐해봤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정말 자주 읽었다. 이때부터 평점을....
다시보니 <악의>가 <용의자 x의 헌신>보다 점수가 낮다. 지금은 <악의>도 최고로 친다 ㅎㅎ

 정말 다양한 책을 쉬지 않고 읽었다. 게임도 많이 할 때인데, 그러면서도 책을 놓치 않았던 것 같다. 기록을 보니까 나는 2010년때부터 책을 끊임없이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1년에 몇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이 때에 주에 1권 이상 읽었으니까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글을 쓰거나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나쁘지 않은 능력을 가지게 된 것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까 싶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다시 열린 NHN 게임 문학상. 나는 다시 한 번 지원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혼자 써보고 싶었고 입상을 한다기보단 완성해보고 싶었다. 아마 한 달 정도 꾸준히 썼던 것 같다. 중간에 막히기도 했지만 책을 꾸준히 읽은 1년이 헛되지 않았는지 드디어 단편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얼마나 될 지 몰랐는데 쓰고나니 A4 분량으로 60페이지나 되는 글을 다 썼다는 걸 알게되었고 아주 스스로 큰 성취감을 갖게 되었다. 

2011 NHN 게임 문학상에 출품한 나의 작품 <Desire of 진시황> 마지막 페이지. 완성도를 떠나 완성했다는 것에 큰 성취감이 있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놀랍게도 입상을 하게 되었다. ㅎㅎ 1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NHN 게임 문학상 우수상? 입상. 뜻깊은 경험이었다. 나중에 게임회사 입사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랬던 것 같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한 번 어떠한 성취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전이 주는 쾌감이 얼마나 좋은지 나는 알 고 있었지만 게임이 아닌 도전으로 성취를 이룬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 뒤로 수많은 글쓰기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가 될 것인가? 사실 뭐든 되고 싶었다. 되지 못했을 뿐.

 그 뒤로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게 된다. 기록이 남아있는 것들이 상당한데, 드라마 극본 공모, 단편 소설 공모, 서울 사랑 이야기 공모, 아메바 컬쳐 앨범 스토리 시나리오 공모 등에 참가하였다. 대부분은 NHN 게임 문학상보다 분량이 작은 도전이었기에 손쉬웠지만 대단한  성과는 없었다.

유일하게 공모전 중에 입상?한 것이 쌈디의 앨범 시나리오 인데, 상품이 사인 앨범+@ 였던 것 같은데 받지 못했다. 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줘...

나머지 공모전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글쓰기 자체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어떤 일을 앞으로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음으로 NHN 게임문학상에서 성취를 거두었기 때문인지 뭔가 이 방향이 내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검색을 하게 되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검색해보니, 신인 작가는 신춘문예를 통해서 작품을 제출해서 선택되어서 등단하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방향이었다. 신춘문예라는 것에 대해서 검색해보니, 신문에서 신인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 하는 공모전이었고 매 년 진행되고 있었다.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단편소설도 있어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 소설이라 A4 40장 분량 정도면 됐는데, 이전에 완성해본 적이 있으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완성한 두번째 단편 소설 <유토피아> 문장력은 떨어지지만 전체 소재는 지금도 좋다고 생각한다.

 1달 정도 썼던 것 같다. A4로 40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완성했다. 이전에는 그냥 글을 섰다면 이번에는 일제 강점기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최소한의 역사적인 사실 조사나 시나리오 전개 등 다양한 설정을 사전에 정리했다.

지금 보면 허접하지만 처음에는 이런 것 조차 정리를 안하고 글을 썼다.

 재미있었던 게, 원고지 형태로 출력해서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가서 제출해야되는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word나 hwp 파일을 제출하면 되는 것 같은데 뭔가 신춘문예라는 게 전통의 그런 느낌이 있어서 실제 출력을 해서 전달해야했다. 내가 쓴 글을 처음으로 출력해본 것 같고, 그때에 우편을 보내기보다는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문사에 직접 가서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결과적으로 내가 작가가 되지 못했기에 결과는 당연히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다. 사실 엄청 기대했다기보단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ㅎㅎ 그렇게 나는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 뒤에 취직을 하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작가 안된게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지 못한 꿈. 꾸준한 시도.

 그 뒤로도 책을 읽는 습관은 계속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거의 다 읽고 소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2021년. 첫 장편 소설을 써보기 위해서 글감을 모으고 스토리를 모으고 다양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내가 잘 아는 사실에 대해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프로게이머가 주인공인 소설을 써보기로 하고 시도했다. 단순하게 글을 쓰는 것 뿐 아니라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별도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때 샀던 책들이다. 어떻게 하면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2021년에 쓰기 시작한 것이 2022년에도 진도가 잘 안나갔다. 이제 좀 보는 눈이 달라져서 그런가 이전에 썼던 글도 별로로 보이고, 지금 쓰는 글들도 실시간으로 자꾸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1페이지에서 수정을 수십번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써 나가야된다고 생각하면서 했는데 끝내 완성시키지 못했다. 분명 큰 줄기는 잘 짠거같은데 글이 진도가 안나가니 슬펐다. 역시 아직 장편소설은 무리일까?

 그렇게 작년 장편 소설의 꿈을 포기하고 오늘(23년 7월) 문득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대 눈동자에 건배> 단편집을 읽는데, 아 그러고보니 단편 소설을 다시 써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지막에 단편 소설을 썼던게 10년이 더됐고, 그 사이에 내 실력이나 시야도 달라졌을 텐데, 장편 소설을 써서 포기하는 것보다 지금 상태에서 단편 소설을 한 번 완성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10년만에 다시 단편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23년 내에 완성해서 여기에 완성된 단편 소설을 올려보려고 한다. 

오늘부터 도전 시작~! 오늘의 일기가 길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