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 디펜스 더비
장르 : 전략. 타워디펜스
플랫폼 : iOS(Mobile), Android(Mobile)
퍼블리셔 / 개발사 / 디렉터 : 크래프톤 / 라이징윙스 / 박신찬 PD
게이머 관점 평가 : 3.5 / 5 개발자 관점 평가 : 2 / 5 플레이 시간 : 마스터 달고 130일 정도 하고 접음
한줄평 : 개성 있는 게임성. 라이트하게 잘 뽑았지만, 전체적으로 컨텐츠 양이 너무 아쉽다.
CBT를 두번이나 참여하며 기다렸던 그 작품! <디펜스 더비> 드디어 출시하다.
나는 사실 게임을 하면서 장르를 딱히 가리면서 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장르를 전부 좋아한다. 물론 너무 코어해진 덕에 단순한 게임은 이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디펜스 더비> 라는 게임이 CBT를 하는 것을 작년에 알고 플레이 해보았는데, 전략성이 있는 멀티 PvP 타워디펜스 게임이었다. 마치 처음에 <랜덤 다이스>를 했을 때의 재미를 느낀 것 같아 좋아했는데, 그 뒤로 CBT를 한 번 더하고 감질맛나게 기다리게 하더니 드디어 그랜드 런칭을 하게 되었다.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리라 하는 개발팀의 마음은 잘 알지만, 아쉽게도 첫 CBT 때랑 거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뭐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겠지 싶지만 처음 플레이했을 때 대비 거의 반년 이상? 1년 이상? 지난 것 같은데 라이징 윙스라는 회사에 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리뷰를 시작해본다.
PvP 타워 디펜스에 대해서 약간의 히스토리를 풀어보자면.
PvP 타워 디펜스라고 하면 생각보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됐다. 타워 디펜스가 많이 활성화된 것은 플래시 게임이랑 스타, 워크 유즈맵 두 가지로 나는 기억하고 있는데, 플래시 게임은 멀티 요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싱글 타워 디펜스 게임의 근본같은 게임으로 발전이 되었고 반대로 유즈맵은 기본적으로 멀티 기반이라 타워 디펜스 게임에 협력, 경쟁 요소가 충분히 녹아 났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캐논 디펜스나 성큰 디펜스 같은 것들도 그 중 하나인데, 재미있는 게 이게 초반에는 협력 위주로 게임이 많이 발전하다가 나중에는 전부 경쟁으로 바뀌었다. 정확히는 경쟁이라기보다 내가 하는 것 외에 변수를 별로 받고 싶지 않아 혼자 하는 모드 같다고 할까? 누가 더 멀리 가는 지 경쟁하는 개념이지만.
다양한 디펜스를 즐겼지만, 개인 경쟁을 기반으로 몬스터 이동 경로를 조정할 수 있는 개인 성큰 디펜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는 <식물vs좀비>, <컴투스 타워 디펜스>, <킹덤 러쉬> 등의 싱글 플레이 멀티 디펜스가 강세였고 나도 재미있게 했다. 그 때쯤 내가 <가디언 크로니클> 개발을 시작했던 것 같다. 앞선 싱글 게임보다는 유즈맵에서 영감을 받아 원피스 랜덤 디펜스 같은 것들이 꾸준히 사랑 받는 것을 보고 그 시장을 타겟으로 준비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개발팀도 있었는지 추후 <프로젝트 : 랜타디> 등의 게임도 <가디언 크로니클>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 둘보다 더 놀라운 게임이 약간 먼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랜덤 다이스>이다.
처음에는 <랜덤 다이스>가 아니라 <로얄 다이스>였다. <클래시 로얄>을 의식해서 이름을 바꿨나? 아니면 뭔가 법적 이슈가 있었으려나?
아무튼, 굉장히 참신한 게임이었다. 아주 심플하게 PvP 멀티 디펜스를 잘 구현했고 하나의 근본이 되어버린 멋진 게임. 나도 완전 빠져서 했고
실제 <가디언 크로니클> 소프트런칭 2달 전인가 이 게임이 출시 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뒤로는 수많은 랜덤 다이스의 아류작 들이 나오면서 PvP 멀티 디펜스라는 장르가 게이머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개발한 <가디언 크로니클>도 그 중 하나였을 거고... ㅎㅎ 하지만 <랜덤 다이스> 이후에 크게 성공한 어떤 게임이 나오지는 못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디펜스 더비> 라는 게임이 CBT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크래프톤에서 멀티 타워디펜스를 개발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핵심 재미는? 배팅 시스템! <디펜스 더비>의 인게임 전략의 중심.
그래서 <디펜스 더비>의 핵심 재미는 뭘까 하면? 두말할 것 없이 배팅 시스템이다. 총 4명이 하나의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특정 카드를 선정하여 그 카드를 배팅하여 스카우트 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면 그 경쟁이 치열해지고, 내가 원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면 경쟁을 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오는 심리전이 대단히 재미있다. 게다가 배팅으로 획득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배팅을 해야하는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면, 가장 더비 칩이 많은 사람의 덱에서 카드가 제시된다는 사실.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카드라도 6 더비칩에 되팔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용하면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진다.
참신하다. 사실 스타 유즈맵에서도 <경매 디펜스>가 있었다. 거기서 따온건진 모르겠지만 역시 재미있다.
다만, 더비 칩이 가장 높은 사람의 덱에서 스카우트 대상 카드를 제시해준다는 것을 조금 더 눈에 띄게 해주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장 핵심 룰 중 하나인데 꽤 오랫동안 모르고 게임을 했다.
게이머 입장이 아니라 개발자 입장에서 이 시스템을 뜯어보면,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어서 여러모로 신경쓰지 않아도 운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많아 밸런스 적인 부담이 좀 덜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OP가 존재하여 모두가 쓰게된다고 하더라도 경매를 통해 그 가치를 모두 판단할 수 있게 되므로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는 내가 쓰는 덱만 성장시켜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모든 카드를 전부 성장시키는 면이 좋으므로, 레벨업에는 코스트가 들어서 선택적 부담이 있을 순 있지만, 승급에는 카드만 소모되므로 내 덱에 없는 다른 카드를 승급시켜두면 다른 이의 스카우트 카드를 빼앗아 왔을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꽤나 좋은 체감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뜯어볼 수록 단점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어떤 카드가 좋고 나쁘냐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생각보다 부족했는데, 여기서 재미를 찾기에는 난이도가 꽤 높았다. 크게 범위 딜러와 단일 딜러로 구분지어서 상황에 맞게 내 덱을 잘 구성해야되는 기본 내용부터 이해하기 어렵고, 상대 카드를 빼앗아와야되는 것도 상대 카드를 잘 모르면 하기 힘들다. 그리고 쉬운 전략이라고 만들어둔 종족이나 직업의 시너지는 그것만 바라보게 만드는 경향도 있어 결국 내 종족과 직업이 아닌 스카우트에서는 재미가 떨어진다. 정확히는 재미를 알기가 어렵다고 해야할까? 나는 재미있게 했지만, 주변의 지인들이 재미를 못찾는 것은 결국 '어렵다' 라는 것으로 정리되는 느낌이다. <가디언 크로니클>보다는 나은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어렵다.
나같은 하드코어 게이머 입장에서도 카드의 판매에 대한 전략이나 더비 칩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 등을 이해하고 재미있게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 사실 그런 룰을 모르고 한다고 하면 이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찾아야할지. 패배를 근거로 승리를 향해 뭘 해야할지 이해하기는 꽤나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위에서 이야기한 것 중에 캐릭터의 종류가 적은 것도 여러모로 문제가 되는데 종족과 직업 시너지를 제외하고 다른 전략을 구성할 수 있는 방향이 굉장히 적다. 굳이 따져본다면 치명타를 이용한 덱을 구성한다거나, 체력을 늘리고 영웅의 딜에 집중하는 덱을 해본다거나, 혹은 캐슬 체력 버티기 덱을 한다거나 하는 정도인 것 같다. 전략을 구성할 수 있는 캐릭터가 너무 없다보니 그냥 종족 직업 덱만 가득하여 서로 스카우트에서 뺏고 뺏기는 재미를 갖는 경우가 잘 나오지 않는다. 뭔가 <매직 더 게더링>이나 <판타지 마스터즈> 같은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비어있는 종족 혹은 두 개의 종족이 합쳐져있는 캐릭터 등이 있어야 그 경쟁의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까지는 준비가 안된듯 하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그런 의미로 컨텐츠가 부족한 것이 최대의 단점이 아닌가 싶다.
아웃게임 시스템은 어떠한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컨텐츠 부족이 심각하다.
내가 이 게임을 즐긴지 이제 2주 정도 된 건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꾸준히 하루의 일간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성실한 유저이다. 따로 과금은 진행하지 않았는데, 내가 돈을 안쓰겠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고 너무 쓰고 싶었는데 매력적인 상품이 너무 없다. 사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이 정확하다. 왜 그럴까?
약 2주간 키운 내 캐릭터들. 놀랍게도 전체 캐릭터의 수가 굉장히 적어 이게 한 80% 정도 되는 분량이다. 전체의 80%를 어느정도 성장을 완료한 것.
물론 아직 레벨을 더 올릴 순 있지만, 재화가 없는게 아니라 그냥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과금을 조금 더 한 캐릭터는 이미 올캐릭 만렙을 찍었을 것 같다.
그리고 승급은... 아무래도 모든 카드가 동등하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니까, 수집형의 과금 욕구가 생기는 '전설 카드' 개념이 없어 니즈가 안생긴다.
캐릭터 성장으로 레벨과 승급이라는 두 가지 줄기를 가지고 있는데, 뭐 양쪽 다 아주 큰 체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그냥 조금이라도 쎄지기 위해서 하는 정도라고 할까?그러다보니 딱히 이것들에 대한 니즈가 생기진 않는다. 차이를 월등하게 느끼면 모르겠는데, 인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카드의 등급이나 레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내가 못본걸 수도 있겠지만), 좋게 생각하면 성장 차이를 못느껴서 좋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성장시킬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할까? ㅎㅎ 물론 그걸 떠나 레벨쪽 성장 밸런스는 엉망인 것 같다. 무과금 2주가 80%의 캐릭터를 만렙을 찍는 구조라니. 이걸 다 하고 나면 무엇을 하겠는가? 사실 내가 쓰는 덱은 진작에 다 만렙을 찍고 할게 없어서 두번째 덱을 구성한다는 느낌이다.
캐릭터 성장 외에 할만한 컨텐츠는 무엇이 있는가? 유물이 존재한다. 유물은 꽤 괜찮다. 우선 일 5개의 미션으로 5개의 유물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꽤 심플하면서 이해가 잘 되고, 그 보상인 유물이 좋기 때문에 가장 큰 플레이 원동력이 된다. 일일 퀘스트보다는 이거 5개를 얻으려고 접속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레벨업의 허들이 적어서 아직까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다만 이거 관련된 상품을 내가 못본건지 딱히 못본거 같다. 왜 이걸 안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최종 컨텐츠처럼 유저들이 천천히 즐기길 원했을 수도 있겠다만. 재화나 캐릭터는 전혀 매력이 없잖아....
유물 미션은 꽤 구조가 괜찮아서, 나도 나중에 써먹어볼까 싶다. 각종 유물들은 매력적인 능력들이 많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이 또한, 위에서 말한 덱 메타와 같이 구성을 하고 싶어야하는데, 치명타나 캐슬 체력, 영웅 능력 집중 등 몇 개의 메타를 떠올려보고 실제 플레이해봤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그리고 그런 메타들이 단순 종족 직업 덱보다 센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그리고 유물 성장의 체감도 초반에는 좋았지만, 점점 유물 레벨이 높아지고 원하는 유물이 한정될 수록 내가 원하는 유물을 성장시키기 까지 너무 오래걸린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슬슬 접을 대가 되었을까? 아무래도 최고 등급까지는 좀 올려보고 접고 싶은데 더비는 재미있어도 나머지가 전부 질려간다 ㅠㅠ
그럼 더비 외 컨텐츠는 어떠한가? 그나마 즐길 만한 컨텐츠는 돌파 와 시련의 협곡 두 가지가 있는데, 이것도 뭐 대단한 걸 요구하거나 대단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 아까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캐릭터 획득 보상에 대한 니즈가 적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컨텐츠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내가 지는 것이 정말 등급이 높은 캐릭터를 쓰는 사람들 때문에 지는거라면 성장 니즈가 생길텐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는 느낌이다. 원하는 것이 없으니 보상에는 움직이지 않게 되고, 돌파와 시련의 협곡 둘다 특색있게 파고 들만한 요소가 있지는 않은 컨텐츠이다.
할 게 없다. 정확히는 하고 싶은 건 더비, 얻고 싶은 건 유물 뿐이다.
두 번의 CBT를 하면서 무엇이 바뀐 것인가? 마무리가 아쉬운 <디펜스 더비>
같이 게임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가급적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아쉬움에 자꾸 쓴 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재미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다. 인게임의 코어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외는 너무 준비가 안 된 느낌이다. 대체 1년 전에 했을 때랑 달라진 게 너무 없다. ㅠㅠ 그때도 잼있었고 지금도 재미있지만, 오래 즐길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재미있다는 것도 나같은 하드코어 유저 기준이고... 크래프톤 자회사인 라이징 윙스가 뭔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캐릭터라도 계속 찍어낼 힘이 있다면 캐릭터라도 끊임없이 찍어내는 것부터 해야될 것 같다. 그것도 메타를 만들 수 있는 것들로 잘 구성해야될 것 같다. 그나마 그정도이다. 사실은 컨텐츠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이 부족해서 나같이 경쟁에 몰두한 사람이라 더비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금방 이탈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ㅠㅠ
간만에 재미있게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라 오래오래 흥하기를 바라며. 글을 남겨본다.
#디펜스더비 #PvP멀티 #타워디펜스 #경매
게임명 : 디펜스 더비
장르 : 전략. 타워디펜스
플랫폼 : iOS(Mobile), Android(Mobile)
퍼블리셔 / 개발사 / 디렉터 : 크래프톤 / 라이징윙스 / 박신찬 PD
게이머 관점 평가 : 3.5 / 5 개발자 관점 평가 : 2 / 5 플레이 시간 : 마스터 달고 130일 정도 하고 접음
한줄평 : 개성 있는 게임성. 라이트하게 잘 뽑았지만, 전체적으로 컨텐츠 양이 너무 아쉽다.
CBT를 두번이나 참여하며 기다렸던 그 작품! <디펜스 더비> 드디어 출시하다.
나는 사실 게임을 하면서 장르를 딱히 가리면서 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장르를 전부 좋아한다. 물론 너무 코어해진 덕에 단순한 게임은 이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디펜스 더비> 라는 게임이 CBT를 하는 것을 작년에 알고 플레이 해보았는데, 전략성이 있는 멀티 PvP 타워디펜스 게임이었다. 마치 처음에 <랜덤 다이스>를 했을 때의 재미를 느낀 것 같아 좋아했는데, 그 뒤로 CBT를 한 번 더하고 감질맛나게 기다리게 하더니 드디어 그랜드 런칭을 하게 되었다.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리라 하는 개발팀의 마음은 잘 알지만, 아쉽게도 첫 CBT 때랑 거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뭐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겠지 싶지만 처음 플레이했을 때 대비 거의 반년 이상? 1년 이상? 지난 것 같은데 라이징 윙스라는 회사에 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리뷰를 시작해본다.
PvP 타워 디펜스에 대해서 약간의 히스토리를 풀어보자면.
PvP 타워 디펜스라고 하면 생각보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됐다. 타워 디펜스가 많이 활성화된 것은 플래시 게임이랑 스타, 워크 유즈맵 두 가지로 나는 기억하고 있는데, 플래시 게임은 멀티 요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싱글 타워 디펜스 게임의 근본같은 게임으로 발전이 되었고 반대로 유즈맵은 기본적으로 멀티 기반이라 타워 디펜스 게임에 협력, 경쟁 요소가 충분히 녹아 났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캐논 디펜스나 성큰 디펜스 같은 것들도 그 중 하나인데, 재미있는 게 이게 초반에는 협력 위주로 게임이 많이 발전하다가 나중에는 전부 경쟁으로 바뀌었다. 정확히는 경쟁이라기보다 내가 하는 것 외에 변수를 별로 받고 싶지 않아 혼자 하는 모드 같다고 할까? 누가 더 멀리 가는 지 경쟁하는 개념이지만.
다양한 디펜스를 즐겼지만, 개인 경쟁을 기반으로 몬스터 이동 경로를 조정할 수 있는 개인 성큰 디펜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는 <식물vs좀비>, <컴투스 타워 디펜스>, <킹덤 러쉬> 등의 싱글 플레이 멀티 디펜스가 강세였고 나도 재미있게 했다. 그 때쯤 내가 <가디언 크로니클> 개발을 시작했던 것 같다. 앞선 싱글 게임보다는 유즈맵에서 영감을 받아 원피스 랜덤 디펜스 같은 것들이 꾸준히 사랑 받는 것을 보고 그 시장을 타겟으로 준비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개발팀도 있었는지 추후 <프로젝트 : 랜타디> 등의 게임도 <가디언 크로니클>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그 둘보다 더 놀라운 게임이 약간 먼저 나오는데, 그게 바로 <랜덤 다이스>이다.
처음에는 <랜덤 다이스>가 아니라 <로얄 다이스>였다. <클래시 로얄>을 의식해서 이름을 바꿨나? 아니면 뭔가 법적 이슈가 있었으려나?
아무튼, 굉장히 참신한 게임이었다. 아주 심플하게 PvP 멀티 디펜스를 잘 구현했고 하나의 근본이 되어버린 멋진 게임. 나도 완전 빠져서 했고
실제 <가디언 크로니클> 소프트런칭 2달 전인가 이 게임이 출시 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뒤로는 수많은 랜덤 다이스의 아류작 들이 나오면서 PvP 멀티 디펜스라는 장르가 게이머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개발한 <가디언 크로니클>도 그 중 하나였을 거고... ㅎㅎ 하지만 <랜덤 다이스> 이후에 크게 성공한 어떤 게임이 나오지는 못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디펜스 더비> 라는 게임이 CBT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크래프톤에서 멀티 타워디펜스를 개발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핵심 재미는? 배팅 시스템! <디펜스 더비>의 인게임 전략의 중심.
그래서 <디펜스 더비>의 핵심 재미는 뭘까 하면? 두말할 것 없이 배팅 시스템이다. 총 4명이 하나의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특정 카드를 선정하여 그 카드를 배팅하여 스카우트 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면 그 경쟁이 치열해지고, 내가 원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면 경쟁을 하지 않게 된다. 여기서 오는 심리전이 대단히 재미있다. 게다가 배팅으로 획득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원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배팅을 해야하는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면, 가장 더비 칩이 많은 사람의 덱에서 카드가 제시된다는 사실.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카드라도 6 더비칩에 되팔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용하면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진다.
참신하다. 사실 스타 유즈맵에서도 <경매 디펜스>가 있었다. 거기서 따온건진 모르겠지만 역시 재미있다.
다만, 더비 칩이 가장 높은 사람의 덱에서 스카우트 대상 카드를 제시해준다는 것을 조금 더 눈에 띄게 해주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장 핵심 룰 중 하나인데 꽤 오랫동안 모르고 게임을 했다.
게이머 입장이 아니라 개발자 입장에서 이 시스템을 뜯어보면,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어서 여러모로 신경쓰지 않아도 운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많아 밸런스 적인 부담이 좀 덜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OP가 존재하여 모두가 쓰게된다고 하더라도 경매를 통해 그 가치를 모두 판단할 수 있게 되므로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는 내가 쓰는 덱만 성장시켜서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모든 카드를 전부 성장시키는 면이 좋으므로, 레벨업에는 코스트가 들어서 선택적 부담이 있을 순 있지만, 승급에는 카드만 소모되므로 내 덱에 없는 다른 카드를 승급시켜두면 다른 이의 스카우트 카드를 빼앗아 왔을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꽤나 좋은 체감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뜯어볼 수록 단점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어떤 카드가 좋고 나쁘냐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생각보다 부족했는데, 여기서 재미를 찾기에는 난이도가 꽤 높았다. 크게 범위 딜러와 단일 딜러로 구분지어서 상황에 맞게 내 덱을 잘 구성해야되는 기본 내용부터 이해하기 어렵고, 상대 카드를 빼앗아와야되는 것도 상대 카드를 잘 모르면 하기 힘들다. 그리고 쉬운 전략이라고 만들어둔 종족이나 직업의 시너지는 그것만 바라보게 만드는 경향도 있어 결국 내 종족과 직업이 아닌 스카우트에서는 재미가 떨어진다. 정확히는 재미를 알기가 어렵다고 해야할까? 나는 재미있게 했지만, 주변의 지인들이 재미를 못찾는 것은 결국 '어렵다' 라는 것으로 정리되는 느낌이다. <가디언 크로니클>보다는 나은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어렵다.
나같은 하드코어 게이머 입장에서도 카드의 판매에 대한 전략이나 더비 칩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 등을 이해하고 재미있게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는데, 사실 그런 룰을 모르고 한다고 하면 이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찾아야할지. 패배를 근거로 승리를 향해 뭘 해야할지 이해하기는 꽤나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위에서 이야기한 것 중에 캐릭터의 종류가 적은 것도 여러모로 문제가 되는데 종족과 직업 시너지를 제외하고 다른 전략을 구성할 수 있는 방향이 굉장히 적다. 굳이 따져본다면 치명타를 이용한 덱을 구성한다거나, 체력을 늘리고 영웅의 딜에 집중하는 덱을 해본다거나, 혹은 캐슬 체력 버티기 덱을 한다거나 하는 정도인 것 같다. 전략을 구성할 수 있는 캐릭터가 너무 없다보니 그냥 종족 직업 덱만 가득하여 서로 스카우트에서 뺏고 뺏기는 재미를 갖는 경우가 잘 나오지 않는다. 뭔가 <매직 더 게더링>이나 <판타지 마스터즈> 같은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비어있는 종족 혹은 두 개의 종족이 합쳐져있는 캐릭터 등이 있어야 그 경쟁의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까지는 준비가 안된듯 하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그런 의미로 컨텐츠가 부족한 것이 최대의 단점이 아닌가 싶다.
아웃게임 시스템은 어떠한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컨텐츠 부족이 심각하다.
내가 이 게임을 즐긴지 이제 2주 정도 된 건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꾸준히 하루의 일간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성실한 유저이다. 따로 과금은 진행하지 않았는데, 내가 돈을 안쓰겠다는 생각은 전혀 아니고 너무 쓰고 싶었는데 매력적인 상품이 너무 없다. 사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이 정확하다. 왜 그럴까?
약 2주간 키운 내 캐릭터들. 놀랍게도 전체 캐릭터의 수가 굉장히 적어 이게 한 80% 정도 되는 분량이다. 전체의 80%를 어느정도 성장을 완료한 것.
물론 아직 레벨을 더 올릴 순 있지만, 재화가 없는게 아니라 그냥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과금을 조금 더 한 캐릭터는 이미 올캐릭 만렙을 찍었을 것 같다.
그리고 승급은... 아무래도 모든 카드가 동등하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니까, 수집형의 과금 욕구가 생기는 '전설 카드' 개념이 없어 니즈가 안생긴다.
캐릭터 성장으로 레벨과 승급이라는 두 가지 줄기를 가지고 있는데, 뭐 양쪽 다 아주 큰 체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그냥 조금이라도 쎄지기 위해서 하는 정도라고 할까?그러다보니 딱히 이것들에 대한 니즈가 생기진 않는다. 차이를 월등하게 느끼면 모르겠는데, 인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카드의 등급이나 레벨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내가 못본걸 수도 있겠지만), 좋게 생각하면 성장 차이를 못느껴서 좋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성장시킬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할까? ㅎㅎ 물론 그걸 떠나 레벨쪽 성장 밸런스는 엉망인 것 같다. 무과금 2주가 80%의 캐릭터를 만렙을 찍는 구조라니. 이걸 다 하고 나면 무엇을 하겠는가? 사실 내가 쓰는 덱은 진작에 다 만렙을 찍고 할게 없어서 두번째 덱을 구성한다는 느낌이다.
캐릭터 성장 외에 할만한 컨텐츠는 무엇이 있는가? 유물이 존재한다. 유물은 꽤 괜찮다. 우선 일 5개의 미션으로 5개의 유물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꽤 심플하면서 이해가 잘 되고, 그 보상인 유물이 좋기 때문에 가장 큰 플레이 원동력이 된다. 일일 퀘스트보다는 이거 5개를 얻으려고 접속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레벨업의 허들이 적어서 아직까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다만 이거 관련된 상품을 내가 못본건지 딱히 못본거 같다. 왜 이걸 안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최종 컨텐츠처럼 유저들이 천천히 즐기길 원했을 수도 있겠다만. 재화나 캐릭터는 전혀 매력이 없잖아....
유물 미션은 꽤 구조가 괜찮아서, 나도 나중에 써먹어볼까 싶다. 각종 유물들은 매력적인 능력들이 많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이 또한, 위에서 말한 덱 메타와 같이 구성을 하고 싶어야하는데, 치명타나 캐슬 체력, 영웅 능력 집중 등 몇 개의 메타를 떠올려보고 실제 플레이해봤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그리고 그런 메타들이 단순 종족 직업 덱보다 센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그리고 유물 성장의 체감도 초반에는 좋았지만, 점점 유물 레벨이 높아지고 원하는 유물이 한정될 수록 내가 원하는 유물을 성장시키기 까지 너무 오래걸린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슬슬 접을 대가 되었을까? 아무래도 최고 등급까지는 좀 올려보고 접고 싶은데 더비는 재미있어도 나머지가 전부 질려간다 ㅠㅠ
그럼 더비 외 컨텐츠는 어떠한가? 그나마 즐길 만한 컨텐츠는 돌파 와 시련의 협곡 두 가지가 있는데, 이것도 뭐 대단한 걸 요구하거나 대단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 아까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캐릭터 획득 보상에 대한 니즈가 적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컨텐츠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내가 지는 것이 정말 등급이 높은 캐릭터를 쓰는 사람들 때문에 지는거라면 성장 니즈가 생길텐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는 느낌이다. 원하는 것이 없으니 보상에는 움직이지 않게 되고, 돌파와 시련의 협곡 둘다 특색있게 파고 들만한 요소가 있지는 않은 컨텐츠이다.
할 게 없다. 정확히는 하고 싶은 건 더비, 얻고 싶은 건 유물 뿐이다.
두 번의 CBT를 하면서 무엇이 바뀐 것인가? 마무리가 아쉬운 <디펜스 더비>
같이 게임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 가급적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아쉬움에 자꾸 쓴 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재미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다. 인게임의 코어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외는 너무 준비가 안 된 느낌이다. 대체 1년 전에 했을 때랑 달라진 게 너무 없다. ㅠㅠ 그때도 잼있었고 지금도 재미있지만, 오래 즐길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재미있다는 것도 나같은 하드코어 유저 기준이고... 크래프톤 자회사인 라이징 윙스가 뭔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힘든 상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캐릭터라도 계속 찍어낼 힘이 있다면 캐릭터라도 끊임없이 찍어내는 것부터 해야될 것 같다. 그것도 메타를 만들 수 있는 것들로 잘 구성해야될 것 같다. 그나마 그정도이다. 사실은 컨텐츠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이 부족해서 나같이 경쟁에 몰두한 사람이라 더비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금방 이탈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ㅠㅠ
간만에 재미있게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이라 오래오래 흥하기를 바라며.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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