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덕후가 추천하는 작품 Best 10

나의 독서, 그리고 추리소설의 시작의 기록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성인이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대 영상 시대가 되고 나서는 더더욱 그런 상황으로 알 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는데, 이전에 글을 쓰고 싶다는 기록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그 글 안에 내용이 있는 것 같아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시라. (요약하자면, 군대에서 컨텐츠를 즐기기 위해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그 뒤로 관심이 생겨 집 앞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가 보게됨)

단편 소설이라도 다시 써볼까? 다이어리 바로가기

위 글에도 있지만,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도 기록하는 것도 전부 좋아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왜 빠지게 되었는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 장단점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순하게 왜 대단한가? 라는 말하기 전에 수치상으로 이미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이다. 단순하게 '판매량'으로 보면 전세계 작가 중에도 거의 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의 메인 장르가 '추리 소설'이라고? 추리가 그렇게 대중적인 장르였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만 다루지 않는다. 정확히는 정말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대부분의 작품에 있어서 '읽는 맛'을 잘 살리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도 책을 어릴 때 잘 읽지 않았으며, 그런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겠다는 다짐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노력 때문인지 대중적으로 많이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모두가 잘 읽히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잘 읽힌다. 이보다 더 잘 읽히는 소설은 정말 살면서 몇 권 보지 못한 정도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장점을 따진다면 넓은 스펙트럼에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추리 소설'만 쓰지 않는다. 라는 것이 추리 소설 매니아 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부분도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 높은 점수를 준 작품들은 대부분 정통 추리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추리 소설'이 아닌 작품도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 많다. '추리 소설'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작품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에 입문하기도 한다. 아래 베스트 10 작품 중에도 '추리 소설'과 거리가 먼 작품들이 있는데 그런 작품들은 별도로 표기를 해둘 예정이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일본의 평론가 니시가미 신타 라는 분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주제에 따라 6분류를 했는데, '과학 및 의학', '가족 관계', 'SF적 소도구', '범죄의 심리', '사랑의 비극', '복수', '스포츠' 로 정말 다양하게 나뉠 만큼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어느 하나의 분류에 몰려있다기 보단 정말 고루 작품이 많다.(정확히는 전체 작품의 수가 많은 것 같지만...)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다보면 그 퀄리티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에 취업했다가 이후에 등단한 작가로 그렇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고 그 깊이가 깊다. 스포츠 부분도 실제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작품이 상당히 많고 그 역시 깊이가 깊다. 결국 많은 경험이 많은 소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ㅎㅎ

 또 다른 장점을 찾자면 추리 소설의 3요소를 전부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추리 소설의 3요소는 '누가, 어떻게, 왜' 인데 대부분의 '추리 소설'은 누가, 어떻게 이 2가지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트릭이나 알리바이등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고 '왜' 요소는 마치 마지막에 그 이유를 확인하는 수준의 진행만 하게 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 역시 '왜'는 그냥 마지막에 몰아서 설명만 하고 넘어갈 뿐이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도 역시 '누가, 어떻게' 에 집중한 작품이 많다. 그게 추리 소설의 메인 재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라 '왜'를 탐구한 작품들도 많고 그 퀄리티 또한 굉장하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 소설'의 요소를 정말 다각도로 살린다고 할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역시 '왜'를 잘 살리는 작품이 많은데, 그래서 그 둘의 작품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내 방에 있는 책들... 놀랍게도 전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몇 권인지 한 번 세어볼까?
지금 이미지를 보면서 세어보니 69권!!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 전 작품을 다 수집하는 날이 올까?
생각보다 읽는 속도보다 책이 나오는 속도가 빠를 때가 많다...

 그러고보니 아주 중요한 단점을 빼먹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의 특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일본 소설을 많이 안보신 분들이라면 등장 인물의 이름만 보고는 헷갈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추리 소설의 경우 3요소 중 '누가' 를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 이상의 등장 인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읽다보면 막 인물을 섞어서 읽는 등 헷갈리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본 소설을 많이 읽은 나도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다. ㅎㅎ 정말 내 책에는 전부 형광펜으로 인물마다 다른 색깔로 칠하고 싶은 수준이었다. (특히 밀실 내 공간에서 펼쳐지는 작품의 경우 많은 인물이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하기에 그런 문제가 심한 편이니 주의)

 아! 혹시나 책을 구매하시려는 분들이 있으면 또 주의 해야할 게, 한국에 넘어오면서 같은 작품인데 다른 출판사에서 이름만 바꿔서 발간하거나 혹은 다시 리메이크처럼 제목과 표지만 바꿔서 발간하는 경우가 많아 혹시 같은 책을 2개 사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물론 그마저도 나는 수집한다는 의미로 다 모으긴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모으진 않았다는 사실... ㅠㅠ


히가시노 게이고 덕후가 뽑는 최고의 작품 Best 10

 이 많은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을 뽑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시 읽었던 책들을 되돌아 보니, 내용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면서 다시 표지만 봐도 감탄이 나오는 작품부터, 이거 내용이 뭐였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 작품들까지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최고의 작품은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고 보면서 감탄했던 작품들. 읽는 과정에서 제발 끝나지 않고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그런 작품들 위주로 선정해보았다. 베스트에 꼽혔다고 무조건 좋은 작품인 것도 아니고, 선정되지 않았다고 별로인 작품도 아니다. 정말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만 하시는 것이 좋겠다.

 가급적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하여 책의 내용을 조금만 서술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일부 스포가 있을 수 있고 내용이 없이 감상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소 평가가 추상적일 수 있는 부분은 주의를 바란다. 추가로,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정통 추리소설인지 아닌지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입문하기 위해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추천작인지 아닌지도 같이 적어둘테니 매니아이신 분들은 다른 매니아의 의견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입문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이 내용도 잘 보시고 입문하셨으면 한다.

10위. <패러독스 13> - 유사한 작품에 따분해진 매니아들을 위한 환기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 아니다. 더 나아가 입문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작품도 아니다. 다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개성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어릴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경외감 같은 게 드는 작품들이 몇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유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장르는 SF 판타지 소설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고, 특정 현상이 벌어지면서 정말 특이한 소설이다. 

 이 작품을 꼽은 이유는, 읽을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작품들과 아주 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기 때문에 간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작품이라고 할까?그런 의미에서 추천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홍수와 지진, 그리고 생존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많이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ㅋㅋ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이름이 공개된 등장 인물이 가장 많이 죽는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P-13 현상으로 인해 12명만 남은 지구에서의 이야기
유사한 영화? 드라마?가 있었던 것 같은데, 비행기에서 몇 초간 잠들었던 인물들이 다른 차원으로 간다는...(제목을 모르겠네...)
가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인 것 같기도 해서 옆 면을 찍어봤다. ㅎㅎ


 9위. <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 이런 소재를 생각해내는 것은 천재의 영역인가? 노력의 영역인가? 

 이 작품 역시 '추리 소설'이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은 굉장히 잘 읽히는 작품이고 멋진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추리 소설'에 입문하기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에 입문한다면 꽤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는 역시 'SF/판타지' 하지만 <패러독스 13>처럼 딥한 내용이라기보단 일상물에 판타지를 더한 소재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내용이다. 단편 영화나 게임으로 만들기 괜찮아보이는 소재라고 할까?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혹은 음악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이라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 같은데, 그걸 소재로 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 역시 보는 내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볼 정도로 흥미롭게 봤다. 마지막 결말이 어떤 의미로는 조금 싱겁게 끝나긴 하지만 재미있는 소재의 이야기를 즐겼다 라는 감정으로는 꽤나 여운이 남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특이한 소재로 쓰여진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상당히 내 취향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패러독스 13>, <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모두 실제 히가시노 게이고 팬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그렇게 높은 작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개인 취향이니 참고하시라.

가장 아름다운 표지를 가진 책이 아닐까 싶기도.
걸작 SF 판타지! 라고 하면 꽤나 특이해보이지만, 이상하게 보는 내내 <기생수> 같은 분위기를 떠올렸다.


8. <가면 산장 살인 사건> - 처음보는 유형의 추리 소설을 보여주마!

 드디어 랭킹에서 처음으로 '정통 추리 소설'이 등장했다. 아니, '정통'이라는 단어는 빼야할 정도로 어찌보면 특이한 진행 방식을 보여주지만 어쨌든 인상깊은 작품이다. 다시 작품을 곱씹으니 정통 추리 소설이라기보단 처음 보는 유형이라는 말이 맞겠다. 다양한 추리 소설 장르를 이미 즐겨본 분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

 <명탐정의 규칙>이라는 작품에서 다양한 추리 소설의 유형을 풍자하면서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내용에서 벗어난!? 참신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전이 전부인 작품이다? 라고 하기엔 그 반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작품 전체를 뒤집는 느낌이라 다 읽고나면 왠지 모르게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반전에 집중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꽤나 자연스럽게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억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묘미가 있다.

아주 대놓고 엄청난 반전 소설이라고 자랑하는 표지이다.
단, 이 반전을 처음부터 막 생각하면서 읽지는 마셔라. 어차피 독자가 미리 판단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니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 나중에 감탄하면서 읽기만 하면 된다.


7. <마구> -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가장 처절한 주인공. '스다 다케시'의 이야기

 드디어 <마구>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마구>라는 작품 역시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남아있는 작품이다. 어찌보면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도 참 좋지만 <마구>라는 작품만큼 선명하게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다. 모든 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나는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도 '희생' '헌신' 같은 키워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마구>라는 작품은 그 감정의 절정을 보여준다. 아, 이 작품은 '추리 소설' 이라고 할 수 있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비과학적인 소재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인데, 이 작품의 제목인 '마구' 라는 소재를 활용한 내용이 굉장히 흥미롭다. 실제로 '마구'라는 것이 존재할까? 라는 궁금증이 소설을 읽는 내내 궁금하고, 또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다 읽다보면 한 사람의 집념, 그리고 간절함, 그리고 의지를 알 수 있게 되면서 너무 감정적으로 동정하게 된다. 그 요동치는 감정은 직접 읽어서 느껴보시길!

포수가 남긴 메모 '나는 마구를 봤다.' 벌써 흥미롭지 않은지?그런 의미에서 마구는 뒷면을 찍어봤다.
다 읽고나면, 가가 교이치로, 유가와 교수보다 '스다 다케시'를 기억하게 될 지도 모른다.


6. <기린의 날개> - 내용이 뭔가 무겁고 힘들면서도 아버지의 곧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

 <기린의 날개>는 어떤 의미로 무거운 내용이지만, 그 무게감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위하는 케이스는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로 뭔가 그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그것 멋지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단순하게 사건에 집중해서 본다면 기이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진상에 다가갈 수록 거룩한 마음, 속죄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읽고나서 바로 와! 하는 느낌을 받은 작품으로 '추리 소설'의 구성을 띄고 있지만 진상에 가까울 수록 '왜' 에 접근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 읽고나면, 감정적으로 꽤나 벅차오르게 되는 작품.
몇 안되는, '가가 교이치로'가 분노하며 화내는 작품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5. <성녀의 구제> - 이제까지 본 '추리소설'의 트릭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완전범죄 트릭. '허수해'의 의미

 크... 위에서 이야기한 '누가' '어떻게' '왜'의 추리소설의 3요소에서 '어떻게'에 집중한 작품으로, 정말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보통은 '어떻게'의 경우 논리적으로 독자가 파악하기란 어려운데, 어렵게 만들면 어렵게 만들수록 나중에 납득이 안될 정도의 복잡도나 우연성을 띄는 경우가 많아 어려운 작품이 된다. 하지만 <성녀의 구제> 작품의 경우 그 어떻게를 완벽하게 해소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희생' '헌신'의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랑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내 인생 영화 <프레스티지> 내가 좋아하는 점을 유사하게 풀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어떤 트릭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까지 할 수 있는가?
<프레스티지>와 결은 다르지만 뭔가 그 트릭을 위한 노력의 감성이 비슷하다.

처음엔 표지만 보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아닌 줄 알았다. 


4. <호숫가 살인사건>, <레이크사이드> -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작을 요즘 버전으로 재해석한 느낌

 제목을 두 개 적은 것은 공동 4위의 의미가 아니라 같은 내용인데, 제목이 다르게 두 번 발간되었기 때문에 적었다. 물론 나는 두 권 다 가지고 있지만 이 글을 보는 분을 위해서 둘 다 적어두었다. ㅎㅎ 표지는 2023년에 발간된 <레이크 사이드> 쪽이 이쁘니까 구매한다면 이 쪽을 추천.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평가도 그렇게 좋은 작품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완전히 감명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중간정도까지 읽었을 때에는 대체 이게 뭔 막장 내용인가 싶을 정도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마치 무슨 사이비 종교 오컬트 같은 느낌까지 드는 작품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읽고나니 모든 의문이 다 해소되면서 납득이 되는 결말이 나와있었다. 아무래도 정리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마지막에 깔끔하게 정리될 때의 쾌감이 장난 아니다.

 범인의 '왜' 를 설명하는 것과 다르게 많은 이들의 '왜'를 납득시키는 것은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그걸 완벽하게 해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 이 책에 대한 후기를 쓰면서 대부분 평가가 안좋았는데, 내가 맨 처음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 을 읽었을 때에 ?를 띄웠던 것과 유사한 느낌이 아닌가 싶기도하고.

명문 사립 중학교 입시를 위해 모인 가족이라는 설정이 마치 <스카이캐슬>을 떠올리게 한다.
사고나서 같은 작품이었다는 걸 알면 뭔가 허탈하다.

 보통 좀 짜임새 있는 결말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처음부터 탄탄하게 가는 반면, <호숫가 살인사건>은 초반에 너무 난장판으로 막장처럼 진행되다가 그걸 깔끔하게 정리해내는 것에서 쾌감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악의> - '왜'에 대한 끝없는 탐구 끝에 나온 작품

 <악의>는 매니아들이 꼽는 최고의 작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품이고, 나 역시 그만큼의 높은 평가를 하는 작품이다. 난 영화도 책도 봤던 것들을 다시 안보는 쪽인데, 정말 인생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만 (정확히는 다시 봐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작품만) 다시 본다. 그런 의미에서 <악의> 도 3번정도 완독한 것 같다.

 이 작품이 놀라운 점은 작품 시작과 동시에 '누가' '어떻게'를 거의 다 공개하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건이 종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왜' 그랬는 가를 따라가는 내용이며, 따라가면서 놀라도 또 놀라는 작품이다. 보통 '왜' 라는 것을 따라가면서 그걸 납득하는 과정으로 구성하는 데 반면 <악의>는 그런 듯 하다가 전혀 다른 스탠스로 작품을 마치게 된다. 정말 다 읽고나면 <악의>라는 제목이 왜 붙여졌는지 알게되는 작품.

'왜'라는 이유를 따라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지만, 마지막에는 모든 예상을 깨버리면서 '악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명작

 이 글을 쓰기 전에 머릿 속으로 생각했을 때에는 1위가 될만한 작품이었지만, 막상 책을 나열해두고 하나씩 추억을 꺼내면서 보다보니 3위까지 밀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추천하는 작품.


2. <유성의 인연> - 일상적인 소재, 개성있는 캐릭터. 빠르게 몰아치는 서사. 잘 읽히는 책의 최고봉

 <유성의 인연>은 실제로 드라마화 되기도 했지만, 읽고 있으면 머리 속에 정말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음에도 <유성의 인연>을 생각하면 마치 영상처럼 떠오르는 것이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말해준다. '추리 소설'의 느낌이라기보단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로 편하게 보면 좋을 것 같은 작품. 

길다고 느낄 것 같지만, 막상 보면 2권 중반부터는 3권이 있길 바라게 된다.

 2권으로 구성되어있어 이야기가 꽤 긴데, 아주 짧게 요약하면 3남매가 어린 시절 유성을 보기 위해서 바깥에 나왔다가 집에 들어가보니 부모님이 살해당한 상태였고, 아버지의 하이라이스 레시피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3남매는 사기를 당한 것을 계기로 사기단이 되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하이라이스 맛을 내는 사람을 찾아 그를 파멸시키기 위한 작전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벌써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하이라이스가 많이 등장하는데, 난 이걸 보면서 하이라이스를 정말 많이 먹고싶었다.

뜬금없지만 한국에서 맛있는 하이라이스를 먹기는 어려운 편인데,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비꼬>이다.
<아비꼬>의 하이라이스는 퀄리티가 꽤 괜찮아서, 카레를 먹으러 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하이라이스를 먹는다. 추천! (이미지 출저 : 구글 검색 LunaticSoul)

  아무튼 3남매가 모두 매력있는 캐릭터로 나오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중에 아버지의 하이라이스의 맛을 내는 '도가미 정' 이라는 체인 레스토랑의 회장, 그 장남까지 전부 재미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주인공이 악역?(사기단)으로 나온다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꽤나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으며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 살린다고 해야되나?

 다만 흐름이 길고, 3남매의 이름이 앞이 똑같이 때문에 어떤 의미로 헷갈릴 때가 있으니 주의.  아무튼 정말 즐거운 작품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


 1. <용의자 X의 헌신> - 뻔하디 뻔한 대표작이지만, 이만큼 완성도 있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유명한 작품을 1위에 놓는 것은, 매니아 입장에서는 뭔가 너무 대중픽 같아서 사실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임팩트를 따라갈 작품이 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성녀의 구제> 가 '어떻게'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은 '어떻게'의 트릭도 최고봉이고 그걸 서술하는 방식 자체도 굉장히 세련된 구성이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모녀가 왜 주인공의 전략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따라가는 과정에서의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 이 역시 영화로도 나왔는데, 영화보다는 소설에서의 느낌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영화는 감정적인 부분이나 어두운 내용을 많이 잘랐다보니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영화라도 보는 걸 추천하긴 한다.

 누가, 어떻게, 왜 의 3요소 모두 잘 활용한 명작. 전체적인 캐릭터가 전부 멋지고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이시가미 데츠야 캐릭터는 다른 작품에서도 뭔가 나와주면 좋을 정도의 멋진 개성을 가진 캐릭터
라고 생각한다.
유가와 교수님의 활약을 보고 싶다면 갈릴레오 시리즈를 전부 읽어보는 것도 추천

 딱 한 권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읽어야한다면, 대단한 작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 X의 헌신>을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위에 두었다. 누구나 아는 명작이지만 나에게도 명작이기에 1위에 올렸다. 뭔가 매니아만 아는 작품을 추천받고 싶으신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말이다. ㅎㅎ

영화도 좋았지만, 소설보다 많이 밝아진 느낌이 든다.
뮤지컬도 있다는 데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보고싶다.


막상 쓰고 나니,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라는 것을 더 체감하며...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 매니아가 봤을 때에는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Best 3의 작품들을 우선 추천하며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나머지 작품도 분명 재미있게 읽으실 거라는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번외로, 최악의 책은 <천공의 벌>에게 주고 싶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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